[2024학년도 1학기] [총장상] 휴먼 라이브러리 - 풀고 꿰다
- urp3
- 조회수1038
- 2026-01-09
연구 초록
‘할머니’는 누구일까? 여성이면서 노인인 존재. 세월의 더께를 육화한 존재. 혈연의 맥락에서 생각해봤을 때는 나, 너, 우리의 뿌리. 20대 여성으로 이루어진 창작집단 풀고 꿰다(차서영, 지새연, 강민서, 최서진)는 한데 모여 ‘할머니’에 대한 감각을 나누어 보았다. 대화 속에서 할머니는 여성 청년의 미래였고, 부재하여 그리운 사람이었고, 동시에 책임져야 할 대상이었고, 손녀를 영영 사랑해줄 것만 같은 대상이었으며, 임박하는 노화에 대한 공포를 실현하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손녀’라는 자아를 경유하지 않았을 때 ‘할머니’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라는 존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해보고 싶어서 《나, 너의 할머니》를 기획했다. 창작집단 풀고 꿰다 4인은 1930년생 이명순과 나눈 대화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이명순의 손녀 배우 조윤수와 함께 이명순의 인터뷰와 그 인터뷰에서 마주쳤던 난관과 가졌던 감정들을 1인 연극으로 재구성한다. ’손녀됨‘과 ’그렇지 않음‘ 사이. 할머니를 이해하려는 분투 속에서, 무대 위 배우는 할머니의 기억을 재현하고 또 할머니의 언어를 통역하며 그를 필사적으로 사랑한다.
우리는 우리가 만난 할머니가 여전히 (우리에 의해, 혹은 할머니 자신이나 손녀에 의해) 무수히 대상화되었음을 인정한다. 그것은 또한 우리가 일종의 나르시시즘적 욕망으로 할머니에게 접근하려 했음을 시인하는 일이다. 여전히 불가해한 할머니는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보여 주는 대신 우리가 겪고 있는 젊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화로써 표상 너머의 할머니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욕망은 번번이 실패한다. 우리는 할머니를 만났다. 우리는 할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타자에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좌절은 역설적이게도 할머니와 애정으로 긴밀히 얽혀 있는 손녀의 진술에서 도드라진다. 이로써 관객은 가족 - 나와의 관계에서 분리된 타자로서의 할머니를 감각한다. 그러나 이 간극이 귀결되는 곳은 회의가 아니다. 배우의 몸은 관객에게 불능한 대화 너머 연결과 소통의 가능성을 전한다. 묻고 답하며 할머니의 기억을 좇던 다큐멘터리의 카메라가 결국 다다랐던 할머니의 몸처럼.
발전기금


